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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 압박하는 법안, 뿌리산업 발전에 역행” 대구경북금형공업협동조합 박만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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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917회 작성일 21-04-2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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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

중대재해처벌법은 중소기업 ‘문 닫으라’는 사형선고 / 주 52시간 근무 확대는 3년 유예 방안 마련돼야 / 조합 중심의 ‘맞춤형 기능인력 양성센터’ 필요

/ 3년 연속 스마트공장구축 지원사업 수행기관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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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금형공업협동조합 박만희 이사장
 
새해부터 여러 개정 법안들이 본격 시행됐다. 그 가운데 주 52시간 근무 확대 시행, 중대재해처벌법, 최저시급 인상, 관공서 공휴일 확대 적용과 같은 법안들은 기업 경영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파장이 크다. 이로 인한 기업 경영의 지형변화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특수성을 가진 금형분야를 비롯한 뿌리산업 전반에 끼칠 영향은 더욱 심각해 보인다. 대구경북금형공업협동조합 박만희 이사장도 이런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를 만나 새롭게 적용되는 법안에 대한 속마음을 들어보았다.


문 : 코로나19로 인한 우리 업계의 요즘 분위기는 어떤가요?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모든 산업계가 매출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우리 조합 회원사들도 지난해 평균 매출이 4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압니다. 특히, 수출 비중이 큰 업체들은 지난해 10월까지 공장 가동을 거의 중단하다시피 했습니다. 심지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업체까지 생겼습니다. 다행히 시민 모두 방역수칙을 잘 지켜준 덕분에 최근 들어 수출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내수도 점차 회복되는 모습입니다. 2019년과 비교하면 거의 90% 가까이 회복한 것 같습니다.

문 : 새해부터 경영과 직결되는 여러 법안이 본격 시행됐는데요.

무엇보다 가장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건 중대재해처벌법입니다. 기업의 안전조치 미흡으로 인해 소비자나 노동자의 재해가 발생하면 그 회사의 대표나 책임자가 1년 이상의 징역을 살거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법인이나 기관은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하고요. 물론, 5인 미만의 기업은 제외되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지만, 법안 자체만으로 뿌리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중소기업 경영인들은 심리적으로 상당히 움츠려들 수밖에 없습니다. 뿌리산업은 현재 3D라고 불리는 만큼 다른 업종에 비해 작업현장의 위험요소가 큰 게 사실입니다. 특히, 금형은 쇳덩이를 만지고, 깎아 내고, 다루는 직업입니다. 정부는 우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2019년 6월 30일 위험기계 인증제도 도입 이전에 생산되어 미인증 상태로 운영 중인 이동식 위험기계 교체비용과 뿌리산업 위험·노후공정 개선비용의 50%, 최대 1억 원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업에서 아무리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대비하고, 교육하고, 방비책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사고를 100% 막을 거라 장담할 수 없는 것이지요. 단 한 번의 사고로 인해 경영인이 징역을 살거나 10억 원 상당의 벌금을 내면 중소기업 입장에선 ‘문을 닫으라’는 사형선고와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해에 대한 일방적인 징벌보다는 안전사고 예방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경영인에게만 부담을 주는 것은 사후처방전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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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소사장제를 운용하는 기업도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금형업계도 소사장제를 운용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소사장제는 금형분야의 인력난 해결과 생산성 향상 등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동일사업장 내에 도급생산체제를 두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사업자가 다르더라도 같은 공장 안에 있는 소사장제 회사에 외주를 줬다가 재해가 발생하면 발주를 준 업체도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기계와 시설, 설비에 대한 안전점검을 받고, 안전교육을 제아무리 강화하더라도 사고는 늘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민간 산재보험 가입을 통해 혹시나 모를 만약을 대비하려고 해도 보험료가 너무 비싼 데다, 그마저도 2~3억 원 수준의 보장을 해주는 보험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가 산업 강국이 되려면 뿌리산업의 발전은 필수입니다. 그런데 세계에서도 유래 없는 강력한 법안으로 기업주에게 경영부담을 주는 것은 산업 발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 봅니다. 요즘 잠이 안 오는 것은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기업들은 안전 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안전 개선활동을 해나갈 것입니다. 다만, 중소기업과 뿌리산업 분야의 경영인들이 산업발전에 대한 열의가 식지 않도록 추가적인 보완책이 마련되길 강력히 희망합니다.

문 : 납기 단축이 곧 경쟁력인 금형업계도 주 52시간 근무 확대와 관공서 공휴일 확대 적용이 본격 시행되는데요.

금형산업은 수주처의 개발 일정에 따라 납기일이 결정됩니다. 발주 받은 금형업체는 무조건 그 납기를 준수해야 하고요. 납기는 금형업체가 맘대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납기 준수를 위해서는 연장근무가 불가피하고, 때로는 철야도 불사해야 합니다. 제때 납품하지 못한 금형은 그저 고철에 불과할 뿐입니다. 다행히 기존 3개월에서 늘어난 6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를 운용할 수 있지만, 주 52시간 규제는 뿌리산업 분야에 절대적으로 불리합니다. 최소한 뿌리산업 분야에 한해서는 대응책 마련을 위한 2~3년 정도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는 현재 기준으로 볼 때 한 달 30일 중 근무일은 평균 20일입니다. 그런데 연차 1.5일을 빼면 근무일 수는 고작 18일이 되고요. 여기에다 개인 사정으로 반차를 쓰거나 빠지는 날까지 고려하면 직원 한 명의 한 달 평균 근무일은 16일 정도에 불과합니다. 과거엔 노사합의만으로 공휴일을 연차로 대체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불가한 상황입니다. 이래서는 뿌리산업 분야의 기업들은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정말 힘이 듭니다. 뿌리산업 분야에 한해서라도 관공서 공휴일 확대 적용 법안 역시 3년 정도 유예하는 방안이 마련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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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정밀공업(주) 회사전경

문 : 최저임금도 다소 인상됐는데 어떤가요?

사실 최저임금은 지금까지 꾸준히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이번에 8,720원으로 소폭 상승하는 수준에 그친 것 같습니다. 나름 잘 조율이 된 결정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임금의 인상은 모든 면에 영향을 줍니다. 기본 8시간 외 초과수당, 공휴일과 명절, 연차 수당, 퇴직금, 4대 보험료, 4대 보험 외 상해보험료 등…. 이런 항목들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모두 동반 상승합니다. 실질적으로 회사 입장에서는 40시간 근로를 하면 최저임금의 1.5배 정도, 52시간 근로하면 2배 이상의 비용이 지출된다고 봐야 합니다.

문 : 인재 양성, 인력 수급 문제는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인데요.

코로나19로 인해 필요 인력을 제대로 충원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서히 일감이 늘어나다 보니 기업마다 기능인력 구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기능인력을 충원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이사장직을 수행하면서 조합회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애로사항이 바로 기능인력 수급 문제였습니다. 우리 업계 사정을 모르시는 분들은 “학교에서 전문 인력을 배출하지 않냐?”라고 합니다. 물론 전공 학과를 둔 학교들이 있고, 현장실습이나 일학습병행제도를 시행합니다. 우리 기업들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고요. 하지만 학생들에게 금형업체는 잠시 지나가는 곳밖에 불과합니다. 중소기업의 실제 환경과 참여 학생들 사이에는 큰 시각차이가 있다 보니 기능인력으로 양성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지원사업이나 프로그램에 참여에 대해 기업들은 시간적‧비용적 손실이라고 보는 견해가 큽니다. 게다가 요즘엔 기업이 학생의 비용 일부를 부담해야 하다 보니 참여 자체를 부정적으로 봅니다. 병역특례 인원의 경우에도 예전엔 기술을 제대로 익혀서 사회생활을 하려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엔 병역특례가 끝나면 현장에 남는 인원은 거의 없습니다. 과거 절반 이상이 남았다면, 지금은 10명 중 1명이 남으면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뿌리산업 분야의 기능인력 양성 문제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문 : 뭔가 뾰족한 대책이 없을까요?

인력 양성과 관련하여 독일을 세 차례 방문했습니다. 열흘 정도 체류하면서 도제관련제도를 현장에서 직접 지켜봤는데, 독일은 현장실습교사 한 명이 열 명 정도의 학생들을 전담 마크합니다. 가령, 인도블록공사 교육을 하면 실제로 인도에서 학생들이 블록을 깔았다 해체하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실제 현장에서 교육하면서 학생들과 작업 관련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소통합니다. 이렇게 교육받은 학생들은 곧바로 현장에 투입이 되도 주어진 일을 너끈히 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론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도 따로 있지만, 현장 전담강사를 두어 온종일 밀착 교육을 합니다. 현장 위주의 기술자를 양성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도제교육은 겉으로 보면 독일과 비슷해 보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차이점이 큽니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에서는 학생들을 밀착 교육할 여건이 안 됩니다. 그러니 도제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취업해서 현장에 투입되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도 독일식이든 스위스식이든 실전에서 곧바로 일할 수 있는 수준의 교육 환경이 이뤄져야 합니다.

문 : 혹시 기능인력 양성을 위해 조합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우리 조합이 주축이 되어 정부, 기관, 지자체, 학교를 연계한 맞춤형 기능인력 양성센터를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뿌리산업을 책임질 기능인력을 양성하는 것이지요. 물론 센터를 만들려면 자금이 필요하고, 시설, 장비, 공간, 강사도 마련돼야 합니다. 조합원사에서 자체 인력을 차출하여 전담 강사로 교육을 진행한다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만에 독일의 도제교육 수준을 능가하는 기능인력을 양성하리라 장담합니다. 교육을 받는 학생에게는 급여를 지급하고, 정해진 교육 기간이 끝나면 학사자격증을 부여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 학생들은 무조건 전문 기능인력이 되어 해당 교육을 받은 산업 분야에 정착할 것입니다. 이것이 성공하면 대한민국 최초의 기능인력 양성 모델이 됩니다. 우선 기능인력 양성센터 관련 치밀한 사업 계획을 세운 다음 지자체와 통상산업부, 고용노동부로 뛰어다니면서 우리의 계획을 관철시키고자 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당장 필요한 인력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정부와 관련 기관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 조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이 인력난에서 조금이나마 숨통을 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문 : 대구경북금형공업협동조합이 2년 연속 스마트공장구축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됐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고, 중소기업 기술정보진흥원이 주관하는 업종별 특화(금형)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에 우리 조합이 수행기관으로 선정됐습니다. 이미 2019년 1차 진행을 했고, 2020년도에 2차 진행을 마쳤습니다. 1차 연도에는 사업비 50억 원에 46개 기업을 지원했고, 2차 연도는 83억 원에 74개 기업을 지원했습니다. 주로 설비,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MES시스템 구축 위주로 지원을 했는데,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은 상당히 만족해합니다. 무엇보다 스마트공장을 통해 생산성 향상, 불량률 감소, 납기 준수, 원가절감 등으로 실제 기업의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입니다. 만일 올해에도 수행기관으로 선정이 된다면 3차 연도는 기존과 달리 우리 조합원사의 비중을 높여 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스마트공장에 필요성이 높아진 데다 경쟁력 확보에 대한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참여를 희망하는 분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모쪼록 지원사업에 참여하셔서 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를 만드시기 바랍니다.

문 : 끝으로 전국의 금형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새해에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러면 금형업계도 경기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 발주량이 정상범주로 회복할 것입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외국 인력의 경우 체류 기간이 끝나 자국으로 돌아가는 인원은 많은데, 코로나19로 인해 유입되는 인력이 없어서 문제가 심각합니다. 인력부담이 커질수록 스마트공장과 공장자동화시스템 도입은 가속화되고, 일자리는 더 빨리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부와 관련 기관 그리고 지자체에서는 뿌리산업 분야의 이러한 상황을 잘 헤아려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비록 지난해 힘든 시간이었지만, 우리 금형인 모두 맡은 바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하여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만드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금형인 모두의 건강과 건승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 정리 최호중


[출처] 금형소식지 금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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